시골교회 목회를 시작하면서 보통 두 가지 좌절을 겪는다고 한다. 첫 번째는 현장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고, 두 번째는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순식간에 3년 목회계획이 세워진다. 어떻게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버티다가 안수와 동시에 속히 떠난다. 복음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막막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막막함 속에서 모든 걱정과 주변의 우려를 과감히 떨치고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하나님의 사랑과 역사하심을 온몸으로 증명해 내고자 몸부림치는 목회자들도 여전히 많다. 그들에게서 선교의 희망을 본다.
2021년 여름, 부여에서도 가장 낙후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신성교회(남부연회 부여지방회)에 이수현 전도사가 파송 받아 부임했다. 예배 출석 인원은 2명이었고, 교회는 물론이고 사택을 도배할 여유조차 없었다. 때론 변기에 쥐도 빠져 죽어있는 곳에 28세 총각 전도사가 일곱 번째 목회자로 부임했다.
부임 후 문득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목회자는 살아도 강단에서 살고 죽어도 강단에서 기도하다 죽어야 한다.”며 따끔하게 충고하시는 아버지(이석재 목사, 정선교회)의 말씀을 듣고, 생계 유지가 아닌 영혼 구원을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도사는 빛가온교회(담임 서길원 목사)의 목회 코칭과 전도 지원 아래, 아무도 신지 않는 슬리퍼와 아무도 보지 않는 주보를 붙잡고 누군가 사용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며 주민 전도에 힘썼다.
유일한 성도였던 이현순 권사(91세)와 단둘이 예배드리던 가운데, 2024년 부여지방회 전도 대상까지 받은 전도대장 양희순 권사, 장례를 위해 모아둔 비용을 차량 구입 헌금으로 쾌척한 이종갑 집사, 아내 신현수 집사를 평생 핍박하다 회개하고 돌아온 이천수 집사, 담임전도사의 결혼을 위해 애쓰는 전관희 성도, 양희순 권사의 손을 꼭 잡고 예배에 나오는 최고령자 조성분 성도(97세) 등 성도 수가 점점 늘어 이제는 37명에 이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게다가 한빛교회(담임 백용현 목사)의 아웃리치와 함께 물심양면의 지원으로 2023년에는 성탄 축제를 진행했고, 2024년에도 성탄 전야제를 훌륭히 개최했다. 교회가 마을을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것을 보여주면서 주님이 이 땅에 오신 기쁨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느끼게 하여 전도의 기회로 삼았다.
지역과 교회의 부흥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신성교회와 그 기도 제목을 하나하나 이루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이 연회 안팎에 전해졌다. 2024년 남부연회 ‘Re Jump Church’ 전도컨퍼런스에서 1위를 수상했다. 이 컨퍼런스는 대전과 충남 일대 640여 개 교회가 함께 부흥을 위해 활발하게 전도운동을 펼치자는 뜻으로 연 행사다. 수상한 신성교회는 3년간 매달 150만 원씩 총 5,400만 원을 지원받게 되어 주의 지경을 더욱 넓히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들을 체험하며 이 전도사는 고백의 언어를 가슴에 품게 되었다. “이 시대에 시골교회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이도 없고, 신성교회는 예수님이 오셔도 부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하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하나님은 시골에서도 살아계십니다. 하나님은 시골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은 눈물로 기도하던 자리를 기쁨의 자리로, 슬픔의 자리를 노래하는 자리로 바꿔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친히 증거하신 것으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또한 목회 현장에서 늘 함께하는 사랑하는 성도들께 주님 안에서 감사드립니다.”
왁자지껄한 시골교회에 하나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역사하실지 사뭇 궁금해진다. 부흥을 향한 신성교회의 날갯짓이 교회와 지역을 넘어 모든 감리교회의 부흥으로 열매 맺기를 소원한다.
이 글은 <기독교세계> 2월호 "믿음으로 사명으로"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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