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매서운 추위, 다가올 겨울을 예측하는 말이다. 기후위기로 에어컨 없이 지낼 앞으로의 여름이 상상하기 어렵다지만 겨울 추위만 할까! 여전히 추위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고 이겨낼 수 없는 가난의 상징이다. 우리는 주님 오신 성탄절이 되면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마치 2천여 년 전 베들레헴에서 아기 예수가 누울 곳을 찾아 헤매던 요셉과 마리아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처럼.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따듯한 곳에서 먹고 자면서 따듯한 예배당에서 예배드리니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을 종종 잊는다.

제자교회(동부연회 춘천북지방회/담임 정해창 목사)는 따듯함을 배달하는 공동체다. 추운 겨울이 아니더라도 봄‧여름‧가을‧겨울 항상 안온하다. 1989년 설립한 제자교회를 담임하던 탁학수 목사가 2003년 42세에 심장마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자, 절친인 정해창 목사가 교회의 부름에 답하면서 목회하게 되었다. 그해 겨울 춘천 소양로 산꼭대기에 사는 어르신들이 추위에 고생한다는 소문을 듣고 달동네를 찾았다. 얼음장 같은 방에 전기담요만 깔고 생활하는 걸 눈으로 보고, 사라진 줄 알았던 연탄으로 난방하는 것도 믿기 어려웠는데 이마저도 산꼭대기라 배달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내내 그들의 슬픈 표정이 맴돌았다. 기도 중에 ‘마게도니아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음성을 듣고, 교인들을 설득하고 1년을 준비한 끝에 2004년 10월 1일 춘천연탄은행의 문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연탄 무료 지원사업은 20년이나 이어져 그동안 8만여 가정에 580만 장의 사랑을 전하였다.

“우리는 연탄이 밥보다 더 중해!” 연탄 없이 하루도 버틸 수 없기에 “연탄 만세! 연탄 만세!”를 외친다. 대부분 여든이 넘은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외로운 분들이다. 연탄을 배달하며 살피다 보니 먹을거리와 주거돌봄에서도 손길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제자교회는 우울증과 고독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밥상공동체로 친구와 가족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2016년에 무료밥상공동체 ‘하늘이 차려준 밥상’을 열고 식사는 물론 체조와 노래, 게임, 인문학 강의로 친교와 건강한 노년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실버스쿨(노인교실)을 새롭게 운영하여 지역 어르신들에게 제2의 부라보 인생을 선물하고 있다.

80여 명의 교인은 예수 정신으로 뭉친 봉사자들이다. 직접 밥상을 차리는 손길이 있는가 하면, 기도와 물질로 후원한다. 묵묵히 20년 넘게 수행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교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연탄 봉사를 하고, 하늘밥상에서 급식 봉사를 한다.

“우리가 전하는 연탄은 단순한 난방도구가 아닙니다. 찬송이 되고, 기도가 되고, 말씀이 되고, 눈물이 되고, 전도지가 되어서 연탄이 들어가는 곳에 예수님의 사랑이 흐르고,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연탄 한 장은 작은 사랑이지만 이 사랑이 모이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오늘도 연탄을 지게에 싣습니다(정해창 목사).”

제자교회는 지역의 작은 예수들을 찾아가 섬기면서 성탄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이 손길로 온 세상이 따듯해지기를 기도하면서.